[독서 서평] 징비록 (2020)

‘지난 일을 징계하여 후환을 삼가하다.’ 징비록의 뜻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유성룡이 쓴 징비록이란 책이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책을 펴보니 임진왜란에 대한 기록임을 알았다. 임진왜란에 대한 기록으로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 일기같은 역사서를 제외하면 난중일기가 유일했다. 징비록도 이와 관한 기록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징비록
징비록

유성룡은 조선시대의 명재상으로 정의정까지 지내면서 선조를 보좌했던 인물이다. 그가 벼슬에 있던 시절 발발한 임진왜란은 조선 500년 역사의 치욕 중 하나이며, 그 시기에 관직에 있던 그가 전란 이후 그 원인과 과정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기술하여 후대에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록한 글이 징비록이다. 구성은 시간의 흐름대로 임진왜란 발발 전의 국내외의 상황이나 전란의 기류부터 전란 중 발생했던 상황과 진행 정도를 실제 대화를 기록함으로써 사실에 기반하여 기록물이다.

읽으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점은 임진왜란은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사실이다. 계파간의 갈등으로 인하여 선조의 판단을 흐리게 한 일이 큰 실수였다. 물론 선조 자체도 성군의 자질을 가졌다고 하기엔 거리가 먼 왕인 것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 특히 이순신에 대한 시기, 질투와 난무하는 모함과 비난이 조선의 피해를 더 키우게되었다.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공동의 목표는 잊은 채 본인들의 이득만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목을 맨 그 당시 벼슬아치들의 모습이 지금 정치인들에게도 투영되는 듯하여 참으로 안타깝다.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전란 후 공신으로 임명된 사람들 중 대다수는 선조가 의주로 피난길에 올랐을 때 함께했던 신하들이고 목숨바쳐 전쟁터에서 싸워 죽어나간 수많은 사람들은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다. 큰 피해를 입은 전투를 지휘한 원균이 이순신, 권율 장군과 함께 일등 공신에 올랐으며 특히 평민 의병장들은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종전의 원인을 명나라 군사의 지원덕분이라고 생각했다는 선조의 기록에 정말 무능한 왕이었구나 싶었다.

징비록은 결과적으로는 책의 목적에는 실패했다. 후환을 대비할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크게 성과가 없이 미래에 병자호란이나 일제 강점기를 맞이한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징비록을 통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미래를 대비했으면 우리는 다른 역사를 배웠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더욱 우리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징비록 독서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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