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 쫄보의 여행 (2018,2020)

쫄보의 여행
쫄보의 여행

1.쫄보의 여행 초고(2018.04.25)

‘쫄보의 여행’이라는 제목에 끌렸다. 쫄보가 세계 일주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했다. 나도 쫄보니까 공감이 될 것 같았다. 선배 쫄보의 여행기를 읽어보면 많이 도움될 것 같기도 했고. 막상 읽어보니 내가 생각한 여행과는 많이 달랐다. 여러 대륙을 다 가보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곳에 오래 머무는 식으로 여행을 했다. 4개월 정도의 여행 중에 2달이 남미 여행이었다. 심지어 그중 1달은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어를 공부를 하며 보냈다. 1달 동안 체육관에 등록해서 운동까지 다녔다고 하니 이 정도면 한 달 살기 느낌이다. 내 생각과는 달랐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싶었다. 나쁜 방법도 아닌 것 같고. 여행 과정을 기대했던 것이 아닌 만큼 책 내용도 기대에는 못 미쳤다.

전체 여행 중 남미 여행의 비중이 절반 이상이니 ‘쫄보의 여행’ 책 분량도 그만큼 할애됐다. 게다가 저자가 트래킹을 좋아해서 트래킹 정보들이 많았다. 나는 트래킹이나 사서 하는 고생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라서 격하게 도움되는 내용은 아니었다. 페이스북에 올린 여행기가 입소문 탄 덕에 책으로도 나왔다고 하던데, 마케팅의 승리라고 생각해야겠다. 실제로 여행 내용이 흥미롭지도, 그다지 알찬 내용이 많지도 않은 책이었다. 나중에 세계일주 준비할 때나 한 번 더 꺼내보는 정도면 될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도 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과 세계 일주가 더욱더 가고 싶어 졌다는 사실이다. 꼭 가고 만다.

 

2.쫄보의 여행 서평 추가(2020.07.15)

내 지인이라면 내가 이미 1년 간 세계 여행을 갔다 왔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서평을 다시 내 손으로 옮겨적으며 드는 생각을 적는다.

‘세계’를 ‘일주’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1년 간 여행을 갔다 왔지만 ‘세계 일주’ 대신 ‘세계 여행’이라는 표현을 쓴다. 나도 여행 초반에는 ‘세계 일주’를 한다고 표현을 썼는데 그 당시에는 아프리카 여행 계획이 전혀 없었다. 그러던 중 아프리카에 갔다 온 사람들을 남미 여행 중에 만났다. 그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스스로 ‘세계 일주’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다니기가 너무나 작아보였다. 내 여행기간과 여행한 국가의 수는 그들에 비해서 너무나 적었기 때문에.

모로코에 있을 때 동행한 부부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여행자 오픈 카톡방에서 ‘세계 일주’의 정의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단 두세 달 동안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은 국가와 도시를 방문하고 ‘세계 일주’ 갔다 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2~3년 이상 여행을 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나라와 국가를 다니는 사람을 ‘세계 일주’한다고 인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논쟁이 불붙을 때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생각하는 ‘세계’는 그 정도 크기인가 봅니다.”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라 정확한 표현은 기억 안 나지만 이런 뉘앙스였다. 얼핏 오랜 기간과 많은 국가를 방문한 사람이 더 넓은 세계를 품고 있다는 뜻인 것 같다. 이 말이 카톡방에 올라온 후 더 이상의 논쟁은 없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각자가 어떻게 세계를 정의하느냐에 따라 뜻이 모두 다르니 의미 없는 논쟁을 멈추고 싶었던 것으로. 같은 맥락에서 몇 개의 나라만 여행 갔다 왔지만 세계 일주를 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것만 하더라도 대단한 경험인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본인이 여행하고 싶은 나라를 스스로 만족하고 잘 다녀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지금 위 글을 썼을 때와 지금의 생각이 다른 점이 있다. 한 달 살기처럼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은 ‘세계 일주’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나도 이집트 다합에서 3달을 살고 보니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여행 초짜의 억측일 뿐이었다. 나는 트래킹을 사서 하는 고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못 간 트래킹 코스가 너무 많아서 다시 남미에 가고 싶은 지경이다. 이만큼 내가 나 자신을 몰랐다는 걸 알았다. 그런 면에서는 참 여행 다녀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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