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2018)

‘한국의 미 특강’ 책은 어떤 인문학 독서모임에서 선정한 도서라서 구입하고 읽어봤다. 한국화에 대해서는 TV 강연에서 종종 나올 때 관심 있게 본 적이 있다. 강연식으로 한국화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일 때와 책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히 다르게 다가왔다. 책의 구성은 저자가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으로 구어체로 서술되어 읽기가 상당히 편했다. 저자가 한국의 미에 대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이 큰 책이다 보니 그런 점이 두드러진 것 같다. 또 주제가 미학이니 그림과 사진도 많이 나온 덕에 더욱더 술술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의 미 특강
한국의 미 특강

‘한국의 미 특강’은 동양화를 보는 방법 설명으로 시작한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기 대문에 흥미로웠다. 첫 번째는 한국화를 볼 때는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그 이유는 예전에 글이나 그림을 그릴 때 그 방향을 따라서 쓰고 그렸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글을 쓰기는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인 결과라고 한다. 여전히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글을 쓰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우리는 그렇게 그림을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림을 봐야 한다. 우리가 서양의 문화에 너무 많이 물들어서 우리 고유의 것을 많이 포기했다는 것이 새삼 느껴지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림을 봐야 한다. 손바닥만 한 작은 그림이든 한쪽 벽을 가득 채울 만큼 큰 그림이든 같은 거리에서 그림을 보는 것은 제대로 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저자가 추천하는 적당한 관람 거리는 작품의 대각선 길이의 1.5~2배 정도 떨어진 거리다. 이 방법은 한국화를 비롯한 동양화뿐만 아니라 서양화도 마찬가지라고 하니 참으로 유용한 팁이다.

마지막은 그림을 볼 때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보기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가면 최대한 많은 작품을 시간 내에 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것은 작품을 감상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한다. 꼭 그 장소에 있는 작품을 다 보려고 하기보다는 하나하나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자세히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보다 보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며 조금씩 화가의 의도를 알게 되어 진정으로 그 작품을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전시회에서 한 작품에 심취하여 하루 종일 그 작품 곁에서만 서성이다 돌아가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 방법대로 자세히 보다 보면 한 작품에 매료된 어떤 사람처럼 나를 사로잡은 작품을 찾게 될지 모른다.

‘한국의 미 특강’ 뒷내용은 주로 유명한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는 내용이다. 한 번쯤은 보거나 이름을 들어본 작품이 왜 유명한지, 가치가 있는지 대중들이 잘 몰랐을 부분을 설명해준다. 첫 작품은 김홍도의 ‘씨름’이었다. 한 그림 안에서 사람들의 표정이나 자세에서 보이는 성격, 시대상뿐만 아니라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한다거나 그림이 그려진 목적이 무엇인지까지 파악하는 게 정말로 대단하고 신기하다.

책을 읽으면서 이만큼 한국의 미술에 대해 잘 알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저자가 존경스러웠다. 그의 뜻처럼 우리 문화가 다시 꽃 피우고 전통이 계속해서 이어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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